고객 만족을 넘어 고객가치를 경영하라

SPECIAL FEATURE : 창간 15주년 기획특집 2 최길열 기자l승인2016.04.01l수정2016.04.01 15:37l1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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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경영은 ‘고객가치-기업가치-종업원가치’의 삼위일체

 

전 세계적으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고,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는 최근의 상황에서 고객가치 중심의 경영은 더욱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LG경제연구원 최병현 연구위원은 “2000년대 중반까지는 기업들이 주로 주주와 이윤 추구에 초점을 맞췄지만, 그 이후부터는 고객의 가치에 중심을 두고 경쟁하는 패러다임으로 바뀌고 있다”며 “저성장 시기에 고객가치 중심 경영은 기업 생존을 위한 필수요소”라고 말했다. 이번 월간 CEO 창간 15주년을 맞아 기업이 가치를 창출하는 방법 즉 고객가치, 기업가치, 종업원가치 등을 살펴본다.

 

기업의 존재 이유가 경영을 정의한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기업의 CEO에게 경영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부분이 회사를 성장시키고, 이윤을 발생시키며 주가를 올리는 기업 활동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일부는 종합예술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종합예술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다방면의 지식과 경험을 통합하고 포용하는 지혜가 요구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에는 경영을 인문학적으로 접근해 보자. 그렇다면 먼저 “기업은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대답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도 일부는 자본가와 노동자가 더 기본적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업이 존재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기업이 만든 것을 사겠다는 소비자의 존재일 것이다. 소비자의 요구가 존재하면 노동과 자본을 유치할 수 있으나, 반대의 경우는 일반적으로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의 경영 패턴은 고객 만족 경영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고객가치 경영’으로 전환하고 있다. 고객가치 경영은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부를 외쳤던 미국의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의 명언처럼 ‘고객을 위한’ 가치, ‘고객의’ 가치, ‘고객에 의한’ 가치 등 3가지를 핵심으로 보기도 한다.

 

고객가치는 작은 희생 대비 큰 효용으로 정의된다

‘고객을 위한’ 가치는 고객을 위해 기업이 제공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말한다. 고객은 왜 우리 회사의 제품 또는 서비스를 선택할까? 고객 입장에서 자신이 희생한 것보다 그 희생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효용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해 고객에게 전달되는 가치가 클수록 고객이 지불하는 비용도 높아진다는 의미에서 ‘고객을 위한 가치’가 정의된다. 고객은 각자의 마음속에 저울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 있다. 한쪽 저울에는 자신이 지불할 ‘비용’을 놓고, 다른 한쪽에는 기업이 자신에게 줄 수 있는 ‘가치’를 놓는다는 것이다. 비용이 가치보다 무거우면 고객은 당연히 지갑을 열지 않는다. 기업은 최고의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상품 및 서비스의 차별화와 체험 마케팅에 주력하는 한편, 끊임없이 변화하는 고객의 요구를 측정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두말할 나위 없이 고객의 가치가 높을수록 고객은 그 제품에 대한 만족감이 높아지고 다시 구매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그 제품을 추천하게 된다. 이는 충성스러운 고객의 확보를 의미하며 단순한 매출증진 이상의 지속적인 이익 창출에 기여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고객의 가치 실현은 바로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의미한다.

미국 가전사인 월풀은 1994년 친환경 냉장고인 ‘Energy Wise’를 개발했다. 에어컨과 냉장고의 냉각제로 쓰이는 화합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냉장고였다. 친환경 제품이어서 각종 제품상도 수상했다. 하지만 월풀은 이 제품의 편리성보다는 친환경적인 장점만을 내세우고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살피지 못해 실패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고객의 요구를 측정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LG화학은 2005년 5월 중국 건설사 고객과 건설부 공무원 20명을 한국으로 초청해 ‘온돌 난방 체험 행사’를 가졌다. 행사 기획 의도는 LG화학이 생산하는 온돌 파이프용 합성수지의 중국 내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서였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온돌보다는 라디에이터 난방 시스템을 주로 이용해 왔다. LG화학은 그런 중국인들에게 “온돌 난방이 난방 효과도 우수하고, 에너지 소비량도 줄일 수 있다”고 홍보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중국에서 온돌 난방을 하는 가정이 조금씩 늘기 시작했고, LG화학은 중국에서 온돌 파이프용 합성수지 판매를 크게 늘릴 수 있었다. 이것은 숨은 고객의 수요를 찾아내 ‘고객을 위한’ 가치를 창출한 사례다.

 

기업은 고객을 기다리기보다 능동적으로 선택하라

‘고객의’ 가치는 경영을 통해 고객가치를 창조하는 과정이다. 기업이 고객을 기다리기보다 능동적으로 고객을 선택하고 고객가치를 개발하는 것을 의미한다. 고객 잠재 니즈 발견, 고객 포트폴리오 구축, 불량고객의 충성고객 전환, 고객 생애 가치 분석 등 다양한 마케팅 툴과의 연계를 통해 고객이 가진 원천적 가치를 극대화해야 한다. 단계별 고객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와 지속적인 신뢰 관계 구축이 곧 기업의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대차는 고객이 정비업체를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차량 수리를 받을 수 있는 ‘홈 투 홈(Home to Home)’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현대차 멤버십 프로그램인 블루 멤버스 회원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이 서비스는 직접 정비업체를 방문하기 어려운 고객을 위해 고객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담당직원이 차량을 인수하고 수리 후 다시 고객이 원하는 장소에서 차량을 넘겨주는 것이다.

LG는 고객 의견이나 잠재된 요구를 제품에 반영해 판매량을 늘리는 효과를 보고 있다. LG가 “세계 최대 용량”이라며 출시한 냉장고 ‘디오스 V9100’은 주부들의 눈높이에 맞춘 냉장고다. 여러 개 반찬통을 한꺼번에 꺼낼 수 있는 ‘반찬 이동 선반’ 등 주부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LG전자 냉장고 사업부가 운영하는 주부 평가단이 낸 의견을 제품 생산에 반영했다고 한다. 이 제품은 출시 50일 만에 2만 대가 팔렸다.

‘고객에 의한’ 가치는 고객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한 가치창출을 의미한다. 최근 ‘프로슈머’, ‘파워블로거’ 등 자발적 참여 고객을 통해 생산되는 수많은 정보들이 실제 제품 구매와 기업 인지도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따라서 기업은 고객 참여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그 속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제품과 서비스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프로슈머란 영어 ‘producer’과 ‘customer’의 합성어로, 생산에 참여하는 소비자를 의미한다. 이 말은 엘빈 토플러(Alvin Toffler)의 <제3의 물결>에서 처음 언급되었다. 프로슈머는 소비뿐만 아니라 제품 생산 및 판매에도 관여하여 소비자의 권리를 행사한다. 시장에 나온 제품을 사는 수동적인 소비자가 아닌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기업에 요구하는 능동적 소비자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2009년 호주 퀸즈랜드 관광청에서는 구인광고 하나로 120만 달러의 광고 예산이 약 1억 달러 이상의 광고 홍보 효과를 거둔 적이 있다. 그것은 바로 호주 북동부 해밀턴 섬 관리자를 모집하는 구인광고였다. 예전에 호주에서 거북이 밥만 주고, 바다 고래를 관찰하기만 하는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자신이 일하는 것을 포스팅하는 것만으로도 억대가 넘는 연봉을 주어서 사람들의 관심이 쏠린 적이 있었다. 이런 것들도 프로슈머를 이용한 사례다.

미국 발명가 딘 카멘(Dean Kamen)이 만든 1인용 전동 스쿠터인 세그웨이(Segway)가 등장한 건 2001년이었다. 오뚝이 같은 균형 메커니즘을 이용해 자동으로 중심을 잡고, 몸의 움직임만으로 전진·후진·회전이 가능한 최첨단 스쿠터였다. “인터넷보다 위대한 문명의 이기”, “도시의 출퇴근 풍경을 바꿀 획기적인 제품”이라는 찬사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쏟아졌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차가웠다. 이 제품은 2002년 출시 후 18개월 동안 6,000대가량만 팔렸다. 당초 판매 목표의 1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도로에서 이용하기 쉽지 않고, 배터리 지속성에 문제가 있다는 인터넷 네티즌들의 지적이 나오면서 도시 직장인을 수요자로 끌어들이지 못했다. 이 제품은 지금도 미국 소비자들을 확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 빠른 출동을 원하는 경찰이나 경비원 등이 제한적으로 쓰고 있을 뿐이다.

 

기업가치, 고객가치를 기업 입장에서 정의한 것

고객가치를 기업 입장에서 정의한 것이 고객 자본이다. 고객 자본은 기업의 미래 이익과 직결되며, 기업이 계속 성공하기 위해서는 고객 자본을 증가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고객 자본의 증가는 고객가치의 증가로부터 기인한다.

과거에는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유형자산이 기업가치 창조의 원동력이었다. 이제는 앞의 고객가치 정의와 사례에서 보았듯이 무형자산이 기업가치 창조의 원동력이 되었다. 이러한 무형자산을 지적 자본이라고 하며, 핵심은 이것이 고객 자본이라는 것이다.

지적 자본이야말로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핵심요소이며, 고객과의 밀접한 관계, 우수한 조직 프로세스, 조직구조와 조직 내에 축적된 지식이 기업가치 창출의 근원이라고 결론지을 수 있다.

여기서 또 한 가지 중요한 자본은 종업원 자본이다. 이들 고객 자본과 종업원 자본은 지적 자본이자 프리미엄 자본이다. 물질적 가치에 대비되는 프리미엄 자본은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기업의 진정한 자본인 셈이다.

 

종업원가치 창조는 고객가치와 기업가치 창조의 원동력

기업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종업원도 기업의 고객이라는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외부 고객인 소비자와 비교해 종업원은 내부 고객이다. 이들의 만족도가 높아져야 이들로부터 소비자의 만족도가 높아질 수 있다.

고객가치 창조를 위해 반드시 요구되는 조건 중 하나는 종업원들의 자발적인 공헌의지다. 능력 있는 종업원들이 창의적 발상과 헌신적인 노력으로 자신의 맡은 바 소임을 다하지 않고서는 고객에게 높은 가치를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최근 전 맥도날드 라이더(배달 직원)가 “침 뱉은 것 잘 먹었어”란 막말 문자를 고객에게 보낸 게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적이 있다. 대표가 나서서 사과했지만 불길이 쉽게 잡히지 않았다. 직원 한 명이 기업 전체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세계적인 석학자 탐 피터스와 위트만은 그의 저서 <초우량 기업의 조건>에서 초우량 기업의 종업원은 다른 기업에 비해 조직 목표달성을 향한 동기 부여 수준이 상당히 높으며, 보다 고객에게 밀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 왜 종업원은 자신을 희생하는가? 그것은 자신의 희생에 비해 높은 보상을 받기 때문이다 이를 종업원가치라고 한다. 종업원가치란 종업원이 직장생활을 통해 얻어지는 보람의 크기를 말한다. 이는 자신이 기업에 기여한 것에 비해 조직으로부터 받는 보상이 더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최길열 기자  choigr5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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