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프리미엄 높은 기업 중에 장수기업 많다

박철희 기자l승인2017.07.10l수정2017.07.10 13:08l1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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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은 기술 중심 기업이나, 신생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다. 모든 기업이 다양한 형태로 이룰 수 있고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혁신역량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제품 및 서비스를 창출하고 수익성을 유지하는 선순환을 이루어 낸 많은 장수기업들이 시장에서 높은 혁신프리미엄을 받고 있다. 혁신과 지속가능 성장은 공존할 수 있는 목표임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주로 기술 분야에서 강조되던 기업의 혁신 활동이 경영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성장의 중요한 요인으로 부각되었다. 어떤 기업은 해당 산업의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도 혁신을 통해 성장을 지속하기도 하고, 쇠퇴기에 접어든 기업이 혁신 활동으로 부활의 발판을 마련하는 경우도 많다.
경영 전반에서 혁신이 중요하게 부각되면서 혁신기업을 보는 시각도 다양해지고 있다. 톰슨로이터는 특허 관련 지표를 기준으로 혁신기업을 선정하고 있다. 즉, 기술 선도가 혁신의 기본이라는 관점에서, 기술특허가 기업의 혁신성을 가장 효율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 2008년부터 혁신기업을 선정해 발표하고 있는 온라인 미디어 패스트컴퍼니는 기업의 실적과 사업모델, 기업문화, 신기술 등 전반적인 요소를 고루 평가한다. 이러한 기준은 혁신이 하나의 부문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보는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에서는 CEO 설문으로 혁신기업을 정하는데 주로 해당 업계에서 선두기업에 해당하거나, 성과가 눈에 띄게 개선된 기업들이 선정되는 경향이 있다.

일반적으로 혁신기업에 대한 시각은 해당 기업의 지금까지의 성과나 현재의 혁신활동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러나 주식시장에서 보는 혁신기업은 이러한 시각과는 차이가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 지금까지의 성과나 현재의 혁신활동도 중요하지만 혁신 활동이 미래 성과로 연결될 수 있는가도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된다. 다시 말해, 투자자들은 혁신기업이 미래에 수익을 내는 혁신제품이나 신시장을 경쟁기업보다 더 많이 개발해서 성과를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을 때, 그 기업에 프리미엄을 부여하고 혁신기업이라고 인정하게 된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이러한 개념을 바탕으로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이 높은 프리미엄을 부여한 기업을 혁신기업으로 선정하고 있다.
혁신기업에 대한 다양한 관점 중 주식시장의 투자자들 입장에서 정의되는 혁신기업의 특징에 대해 살펴본다.

혁신프리미엄, 미래 성과에 대한 기대
혁신이 특정한 활동에만 국한되어 일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술, 전략, 기업문화, 사업모델 등 다양한 기준으로 혁신기업을 정의할 수 있다. 이러한 다양한 기준으로 선정되는 혁신기업들은 대부분 이미 성과가 실현된 기업이거나 혹은 현재 주목할만한 혁신적인 활동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기업의 이러한 혁신 활동은 당장의 성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길게는 몇 년 뒤에 그 성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기업의 혁신이 성과로 이어졌는가를 사후적으로는 쉽게 확인할 수 있지만, 현재 기업의 혁신 활동이 미래에 어떤 성과를 가져올 지를 미리 예상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현재 혁신적인 기술을 도입하거나, 사업 모델을 개발해서 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는 기업들이 미래에 모두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단정할 수 없다.
이론적으로 기업이 존속되는 기간 동안 벌어들일 수 있는 미래의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전환한 것은 현재 시장에서 결정된 주가와 동일해야 한다. 그러나, 이 두 수치는 일치하는 경우보다는 불일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시장가치와 미래 추정된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전환한 것이 차이가 나는 이유는 그 기업의 미래 성과에 대한 투자자의 기대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기업의 미래현금흐름은 기본적으로 해당 기업의 기존 사업에서 지금까지 발생한 성과를 기반으로 추정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기준에서 추정된 미래현금흐름의 현재가치보다 현재 주식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기업의 시장가치가 더 크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해당 기업이 미래에 일반적인 기대수준을 넘어서는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는 의미이다.
미래의 성과에 대한 이러한 투자자들의 기대심리에 따라 현재 주식 시장에서 기업의 가치에 가산된 프리미엄을 혁신프리미엄이라고 할 수 있다.

혁신프리미엄이 높은 기업
혁신프리미엄이 높은 기업들은 현재 높은 성과를 나타내고 있거나 활발한 혁신활동으로 주목 받고 있는 기업이라기 보다는, 주식시장에서 미래에 예상보다 높은(기존 사업의 성과를 넘어서는) 성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를 바탕으로 투자자들로부터 상당한 프리미엄을 인정받는 기업들이다.
매출액 기준 글로벌 상위 기업의 산업 분포를 살펴보면, 전기전자, 유통, 서비스, 화학/바이오 순으로 기업 수 비중이 높다. 유통의 경우 2013년 기준 월마트가 매출 1위를 기록하는 등 매출 규모로 산정한 비중(13.8%)은 전기전자 산업(13.7%)보다 오히려 높다. 운수장비 산업의 경우 기업 수 기준에서의 비중은 높지 않지만 매출 규모 비중(10.5%)은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운수장비 산업은 규모의 경제로 인해 새로운 기업이 해당 산업에 진입하기 어렵기 때문에 소수의 대기업이 산업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반면에 주식시장에서 높은 혁신프리미엄을 부여하는 혁신기업의 산업 분포는 매출 규모로 정의한 글로벌 기업의 산업 분포와 차이가 있다. 우선, 전기전자 산업의 비중이 가장 높은 것은 매출 상위 기업과 동일하나, 서비스업(혁신 기업의 경우 서비스업은 대부분 컴퓨터 서비스업이다.)에 해당하는 기업들이 혁신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특히 전기전자와 서비스 산업에 해당하는 기업의 비중이 절반 이상에 달한다.
유통이나 유틸리티와 같은 산업은 매출 규모도 크고 현재 성과 수준을 일정 기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산업이나, 업종의 특성상 미래에 큰 폭의 성과 개선은 어려운 산업이다. 예를 들어, 유통의 경우 매출 규모는 크지만 성장성이나 수익성은 다른 산업에 비해 낮다. 또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 개발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기 때문에 시장에서 미래 혁신성에 대한 기대도 낮다. 반면에 컴퓨터 서비스 산업의 경우 대규모 자본이나 장기간 축적된 기술력 측면에서의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아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혁신성이 미래 성과에 중요한 요소가 되는 산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생존을 위한 혁신 활동들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결국 성과 개선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존재한다.


혁신프리미엄이 높은 기업의 특징
기업의 성과에 대한 기대가 기업의 가치를 정하는데 중요한 기준이 되는 주식시장에서 혁신프리미엄을 인정받은 기업들은 혁신이 미래 성과와 직결되어 있는 산업에 속한 기업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술이 중요한 IT 분야에서 혁신프리미엄이 높은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혁신프리미엄이 높은 기업들을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특징들도 확인할 수 있다.

혁신프리미엄, 기술중심 기업의 전유물 아니다
일반적으로 기술력에 기반한 기업들의 혁신이 주목을 많이 받고, 주식시장에서도 전기전자, 컴퓨터서비스 기업들의 혁신프리미엄이 높다. 그러나 혁신기업 산업별 구성을 살펴보면 음식료, 섬유의복 등 필수재와 관련된 산업에 속한 기업들의 비중이 매출 상위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그림 1> 참조). 해당 산업에 속한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혁신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이러한 산업은 필수재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산업은 아니지만, 이들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는 계속 변화 혹은 진화하기 때문에 이를 만족시키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산업이다.
음식료 및 섬유의복 산업에서 높은 혁신프리미엄을 인정받고 있는 기업들을 보면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 및 서비스를 개발하면서 꾸준히 높은 수익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시장에서 미래 성과에 대한 기대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
섬유의복 산업의 혁신기업 중 아디다스의 경우 신소재 개발을 통해 소비자의 효용극대화를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음식료 산업에서 혁신기업으로 선정된 맥주회사 칼스버스는 맥주 맛과 패키징의 변화를 끊임없이 시도하고, 장비/기술에서의 혁신으로 수십 년 간 맥주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캠벨수프의 경우 혁신 아이디어 포탈 사이트를 별도로 운영하면서, 상품 라인 다양화, 수프의 패스트푸드화 등 혁신적 아이디어로 동종업계 내 타 기업대비 높은 성과를 유지하고 있다.
신흥기업보다는 일정 기간 사업성을 인정받은 장수기업이 많다
혁신기업이 곧 새로운 기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혁신기업이라고 정의되는 기업들 중 상당 수는 새로운 기술 및 사업모델 등으로 시장에 새롭게 등장한 신흥 기업인 경우가 많다. 패스트컴퍼니에서 2014년에 선정한 60개 혁신기업의 설립 이후의 평균 연수는 27년이고 60개 기업 중 절반 정도의 기업이 2000년 이후에 설립된 기업이다. 몇몇 장수 기업들이 포함되어 있어 중앙값으로 계산할 경우 10년 정도로 더 낮아진다.
2013년 기준 매출액 상위 2000개 기업의 평균 연수가 대략 40년인 것과 비교했을 때 패스트컴퍼니에서 선정한 혁신기업은 평균 연수가 10년 이상 짧다. 반면 주식시장에서 혁신프리미엄을 기준으로 2013년 혁신기업에 선정된 100개 기업들의 평균 연수는 약 50년으로 매출 상위 기업보다 오히려 길다. 이들 기업 중 100년 이상된 초고령 기업도 18개에 이른다.
혁신으로 차별화하여 시장에 새롭게 등장한 많은 기업들이 일정 위치에 오른 이후 혁신성이 떨어지며 초기의 성공을 이어가지 못하고 도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100년 이상 된 장수기업들이 우월적 지위에서도 안주하지 않고 혁신을 끊임없이 시도하며 혁신에 성공하고 있다는 점은 혁신이 신생기업 혹은 젊은 기업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보여준다.

적극적인 투자에도 현금흐름은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혁신 활동은 일반적으로 기업의 투자를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특히 적극적인 R&D 활동이 기업의 혁신성을 지속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매출 상위 기업의 연도별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최근 5년간 2~3%대 수준에 그치고 있다. 반면 혁신프리미엄 상위 기업의 R&D 비중은 6~7%에 이른다. 이는 R&D 비중이 높은 컴퓨터서비스 기업을 다수 포함하고 있는 서비스 산업이 혁신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혁신기업 내 서비스 기업의 R&D 비중은 2013년 기준으로 13.2%에 이른다. 컴퓨터 서비스업만 따로 계산하면 14.2%까지 높아진다.
서비스 산업 외에 다른 산업에서도 전반적으로 혁신기업의 R&D 비중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매출 상위 기업 중 전자 산업에 속한 기업들의 R&D 비중은 최근 5년간 평균 3.6% 수준인 반면 혁신기업 중 전자기업의 경우 6%를 넘고 있다. 화학/바이오 산업의 경우에도 매출 상위 기업들의 R&D 비중은 같은 기간 평균 3.8%이지만 혁신기업의 경우 6.8%로 나타났다. R&D와 더불어 설비투자 등 미래 준비를 위한 투자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기업의 현금흐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혁신기업들은 적극적인 투자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영업현금흐름에서 투자현금흐름을 제한 잉여현금흐름의 매출액 대비 비율을 보면 혁신기업들이 매출 상위기업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혁신기업의 투자현금흐름 비율이 오히려 매출액 상위 기업에 비해 높음에도 불구하고 혁신기업의 잉여현금흐름 비율이 더 높은 이유는 높은 수익성에 기반한 영업현금흐름의 매출액 대비 비율이 매출액 상위 기업을 훨씬 웃돌기 때문이다.
잉여현금흐름 비율이 높다는 것은 기업의 투자여력을 간접적으로 설명해준다. 혁신기업이 잉여현금흐름 측면에서 우위에 있다는 것은 미래의 기업 성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투자 활동이 상당기간 계속될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펀더멘탈이 강한 기업이 혁신도 잘한다
앞서 살펴본 주식시장에서 인정받는 혁신기업들은 일시적인 요인에 의해 주가가 높아진 기업이라기 보다는 끊임없는 혁신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유지하면서 재무적인 측면에서도 기초가 탄탄한 기업들이었다.
주식시장에서 혁신프리미엄을 높게 인정받는 기업들을 보면 기술 중심의 기업이나 시장에서 혁신적인 제품, 기술 혹은 서비스를 통해 새롭게 주목 받은 기업뿐 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에 속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즉, 혁신이라는 것이 기술 중심 기업이나, 신흥기업의 전유물만은 아니며, 모든 기업이 다양한 형태로 이룰 수 있고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3년 기준 혁신프리미엄 상위 100개 기업의 국가별 분포를 보면 미국(40개), 일본(11개), 프랑스(7개) 3개국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기업의 경우에도 5개 기업이나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한국기업의 경우 특허나, 다른 혁신 평가 기준에서 높은 혁신역량을 인정받고 있는 것과는 달리, 주식시장에서 평가한 혁신프리미엄 상위 기업 안에는 포함되지 못하고 있다. 각 나라의 주식시장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획일적으로 국가별 비교를 하기는 어렵지만, 현재 한국 기업들의 혁신역량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상대적으로 낮다고 할 수 있다.
시장에서 한 때 혁신기업이라고 평가되었던 기업들이 반짝 성과를 내고 사라지는 경우가 드물지 않았듯이 현재 혁신프리미엄을 인정받고 있는 기업들이 언제 시장에서 사라질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많은 장수기업들이 혁신역량을 바탕으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어내고, 수익성을 유지하는 선순환을 이루어내며 시장에서 높은 혁신프리미엄을 인정받고 있다는 것은 혁신과 지속가능 성장은 공존할 수 있고 또 병행해야 할 목표임을 확인시켜 준다고 할 수 있다.


박철희 기자  pch@thece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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